자캐/손오 이재

화이트데이 (브금有)

1234_ 2015. 3. 1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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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스치듯 지나갔다. 눈가가 화끈거려 이재는 그 열을 떨구듯 제 손안의 그것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이번엔 그것을 누군가의 손을 쓸듯 소중하게 문질대었다. 군데군데 까슬하지만 만지다 보면 어린 양의 솜털을 떠오르게 하는 장지. 그러나 이리 머뭇거리고 있는 것을 답지 않고 예가 아니라 생각했는지 조금 곧아진 눈으로 광을 바라보았다.


 "광." 


누군가의 이름을 음절로써만 끝내는 것은 이 한 사람에게뿐이지 않을까. 그 부름 안에 별다른 존중의 표시란 없음에도 목소리가 따듯한 울림으로 사이에 녹아드는 것은, 그만큼 눈이나 몸짓, 표정에서 마음이 배어 나오기 때문이리라.


"혹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계십니까?"


여전히 두 손은 약과가 든 장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여쭙기에 상당히 멋쩍다는 심정을 여실히 나타내주는 움직임. 거짓말은 애초부터 할 생각조차 없었으나 이처럼 마음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드러나는 부분은 그가 제 핏줄에게 늘 놀림당하곤 했던 부분이다. 곧 스스로 깨달았는지 몸이 잔잔해지고, 묘하게 감돌았던 부산스러움도 한 가지 미소와 함께 사라졌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가만히 웃어 보였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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